(이전 포스팅)
[알쓸신잡] 블록체인(Block-chain) 이야기 (1)
지난 2024년 01월 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서 비트코인(Bitcoin) ETF에 대한 승인을 내며 세상은 다시 한번 가상화폐 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2024년 01월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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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탈중앙화와 가상화폐
블록체인에 대한 설명이라고 해놓고선 이렇게 의아할 정도로 화폐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필요성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가 나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 경위가 바로 이 화폐의 역사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우리는 이전 포스팅에서 화폐에서 주목할만한 두 가지 특징을 알아본 바가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낮은 저량/유량 비율(Stock-to-Flow Ratio), 즉 새로 만들어지는 화폐의 양이 과도하게 많으면 화폐의 가치가 급락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금본위제도가 사실상 폐지되며 세계 각국 정부는 더이상 일정한 비율로 화폐를 금으로 교환하여 주지 않아도 된다.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금을 국가에 보관하고 이에 대한 증거로 화폐를 받아 화폐로 거래를 하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국가는 더 이상 일정한 금액으로 금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게 된 것이다. 즉, 국가(은행)는 이제 자신들의 필요에 의하여 화폐 발행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저량/유량 비율에 대한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현재 체제 하에서는 국가(은행)가 화폐의 가치를 결정하는 최종적인 권위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은행은 화폐를 발행/보증하는 역할에 더해 몇 가지 추가적인 기능을 제공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금융거래 참여이다. 구매한 물건에 대하여 결제를 하거나, 두 사람 간에 현금을 이체를 하는 등 현금을 주고 받는 모든 행위를 금융거래라고 지칭하는데 은행이 대부분의 금융거래에 참여한다. 예를 들어 물건을 구매한 뒤 카드로 계산을 하는 단순한 거래에서도 구매자는 판매자에게 바로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은행을 한 번 거치고 나서야 판매자에게 결제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은행이 화폐의 발행을 결정하고 이로써 화폐의 가치를 결정하고 대부분의 금융거래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중앙화된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눈치 챘겠지만 탈중앙화라는 것은 이렇게 중앙화 된 은행 시스템에서 탈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중앙화 된 은행 시스템이 가지는 문제가 무엇이길래 이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것일까?
탈중앙화가 가지는 가장 큰 가치는 아마 익명성의 보장일 것이다. 기존의 중앙화된 시스템 상에서는 내가 하는 모든 거래가 감시 당할 위험이 있다. 아니, 아마도 감시 당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강력하게 중앙화된 주체가 내가 하는 거의 모든 거래를 보고 받고 승인하고 결제하는 구조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마저 연상케 한다.
물론 누군가는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도덕적으로 소비를 한다면 왜 중앙화된 시스템이 나의 거래 기록을 살피는 것을 두려워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누군가는 홉스의 사회계약론에서 등장하는 <리바이어던(레비야탄)>과 같이 시민들은 거래의 효율성을 보장받기 위하여 이러한 중앙기구가 거래를 감시하는 체제를 사회적으로 계약하였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주장들은 '더 나은 기술이 없는 이상 지금의 시스템이 최선이다.'라는 현 시스템에 대한 합리화일 뿐이지 결국 '더 나은 기술/체제'가 등장하는 순간 근거를 잃는 논거일 뿐이다. 심지어는 국가가 설마 금융거래 기록을 이용하여 정의롭지 않은 행위를 하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세금은 국민의 거래 행태와 자산을 파악하여 효율적으로 징수할 수 있도록 입법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세금이 정의롭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세법을 입법하는 과정이 결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미이다.)

탈중앙화가 가지는 또 다른 강점은 바로 저량/유량 비율의 정립이다. 기존의 중앙화된 시스템에서는 국가가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발권력을 부여받고 있는데 이를 중앙화된 주체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사용하여 적정 수준으로 유지시키고자 한다. 이를 경제용어로 '통화신용정책'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 때 발권력을 가진 미 정부의 움직임은 이러한 통화신용정책이 적용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미국 부동산이 대호황기를 맞이하며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이 끝도 없이 풀렸었다. 기존 담보물(집)의 가격보다도 많은 돈을 은행은 빌려주었고 신용도가 낮은 사람(Subprime)에게까지 대출을 풀어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가 시행되었다.
그러던 중 미국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게 되자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며 연쇄적으로 은행들까지 커다란 타격을 입게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가장 거대한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 브라더스는 그 여파로 파산한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이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양적완화 정책, 즉 대규모로 통화를 유통시켰다. (많은 비판이 존재하지만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해당 판단은 어느정도 옳았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반문할 수 밖에 없다. 과연 늘 은행의 이러한 판단이 옳을 수 있나? 늘 은행이 인플레이션율을 철저히 관리하며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2015년 0.11 수준에 머물렀던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2022년 8.00 수준까지 치솟았다. 물가는 날이 갈수록 오르고만 있는 상황에서 한번 올라간 물가가 다시 내려오는 것은 쉽지 않기에 이에 대한 통제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코로나(COVID-19) 발 유동성 공급 정책이 있다.


가상화폐는 이러한 중앙화된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전부터 전자화폐, 디지털 통화 등 여러 전자 매체를 이용한 화폐를 제작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으나 이와 가상화폐의 본질적인 차이점은 이러한 중앙화된 시스템으로부터의 분리에 있다. 가상화폐가 목표로 하는 바는 거래를 관리하고 승인 하는 역할을 하는 거대한 중앙화된 시스템을 각 개인이 모인 거대한 집단이 대체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으로 탄생한 것이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안한 비트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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